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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차상균 교수, [매경시평] 한국의 대학이 세계를 선도하려면(매일경제,2022.12.25)

2022-12-25l 조회수 365


반가운 尹정부 교육개혁
가장 시급한건 대학 혁신
관 주도의 교육체계 바꿔야
OECD 하위권인 교육 재정
美명문대처럼 기금 확대를

사진설명

3년 전 쓰기 시작한 매경 시평을 크리스마스에 마무리 지으면서 성경의 요한복음 구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와 마주치게 됐다. 미국과 한국의 많은 대학이 모토로 채택한 이 문구가 필자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지난 3년간 대학과 우리 혁신 생태계 발전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진리라는 목적 가치와 자유라는 수단 가치가 혁신에 있어서 불변의 최고 가치임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 개혁은 인기에 상관없이 노동, 연금 개혁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반가운 약속이다.

세계는 디지털 대전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인류 난제 해결과 국가안보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경쟁에서 촉발된 미·중 패권 다툼에 의해 둘로 나누어지고 있다.

이 두 진영이 물리적으로 만나는 지정학적 지대에 있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구한말의 치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수의 초일류 산업들을 육성할 책임이 있다.

이 국가적 도약을 위해서 필자는 우선 일제로부터 물려받은 관 주도의 교육체계를 개혁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인 고등 교육 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육 개혁 중에서도 대학의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가 대학을 교육부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고 대학 재정을 늘리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입시, 학사, 재정에서 한 번도 정부 통제를 벗어난 적이 없는 우리 대학이 대학을 지배해온 내부의 정치화된 카르텔에 의해 자발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전 세계적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은 하버드, 스탠퍼드, MIT 등 수십조 원의 발전기금을 축적한 미국의 사립대학들이다. 이들은 연평균 12%의 고수익이 가능한 선진적 기금 운용을 통해 매년 이 사적 기금의 5% 내외를 자유롭게 쓰는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유연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린다.

국립대이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사립대 모델을 좇아 13조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축적한 싱가포르 국립대는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다. 우리 정부도 매년 대학의 소모성 예산을 늘려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국립대처럼 대학 발전기금 축적을 지원하고 대학이 사적 자본을 활용해 빠르게 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사립대처럼 외부 혁신가들이 대학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대학의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학문적 관심의 대상과 방법론은 변할지라도 이들 선도 대학 운영의 기본 가치인 진리(Veritas)와 자유는 변하지 않는다. 학문적 수월성과 진실성은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다. 최근 스탠퍼드대의 마크 테시에-라빈 총장 논문의 연구 진실성 문제가 학내외에서 제기되자 투명하고 객관적 조사를 위해 전직 연방판사를 조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총장은 조사를 성실히 받을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초일류 대학의 지도자에게는 학문적 수월성은 물론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우리도 이런 투명성이 있어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자유는 파괴적 혁신의 원동력이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모두 이 자유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게 한다. 세계 디지털과 바이오 혁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의 켄들 스퀘어는 이 자유를 바탕으로 스탠퍼드와 MIT, 하버드대에 의해 잉태됐다. 진정한 진리와 자유의 시대가 우리 대학에도 곧 오기를 기대한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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