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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홍성수 교수, “한국 반도체 대기업, 자동차 업계에 먼저 다가서라”(이코노미조선,2019.04.01)

2019-04-03l 조회수 533


홍성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메릴랜드대 컴퓨터과학 박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3월 27일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서울대연구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홍성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메릴랜드대 컴퓨터과학 박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3월 27일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서울대연구소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1978년 설립된 한국자동차공학회는 2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요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회원사다. 학회 부회장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홍성수(57)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학회 내에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을 위한 연구회인 ‘자동차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S/W)연구회’를 설립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고 있는데 한국자동차공학회 안에 IT 전문가들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IT 전문가들이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한국자동차공학회는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학회 내에 팽배했던 상황이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뿐만 아니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교수, 연구원들이 뜻을 함께하기 위해 연구회에 합류했다.


4월 5일에는 서울 삼성동의 현대오트론(현대차그룹의 전장 전문 계열사)에서 연구회 창립 기념 기술 워크숍도 연다. ‘자동차 반도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미래’라는 주제로 관련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한국 시스템반도체, 특히 자동차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모색한다.


3월 2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서울대연구소 연구실에서 홍 교수를 만나 국내 자동차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자동차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연구회’의 역할을 들어봤다. 홍 교수는 1995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며 컴퓨터 소프트웨어 연구를 해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설계자들과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이 벽 없이 교류하고,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들이 거침없이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구회를 왜 만들었고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자동차공학회 내에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이런 위기의식 때문에 공학회 외부의 IT 전문가들에게 삼고초려해 연구회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IT 연구자들과 자동차 업계의 개발자들이 벽을 느끼지 않고 활발히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또 스타트업들이 자동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사실 반도체, 특히 자동차 반도체 분야는 워낙 기술이 다양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아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 따라서 실패가 용인되고 패기가 자산이 되는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자동차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나.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아직은 떨어진다. 더 심각한 점은 현재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NXP, 인피니온 등 6개 기업 정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작은 규모의 전문화된 레드오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기존 플레이어들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경쟁하는 것으로는 승산이 없다. 국내 기업들이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들어간다고 이야기하려면, 이런 제한된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통해 만들어진 미래 시장을 전제해야 한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 좋은 예는 애플이다. 애플은 기존에 있던 기술들을 조합해서 스마트폰을 개발했고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는 콘텐츠 시장 등 생태계를 구축해 어마어마한 시장을 창출했다.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이었지만 이를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디바이스로 묶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고객들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자동차 반도체 등의 새로운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내가 만들고자 하는 반도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객사나 사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1조 개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사물과 사물 간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통신하는 것) 제품에 ARM(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반도체설계 회사)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함)를 집어넣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이 말은 개별 IoT 제품이 스스로 AI 연산처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초고성능 AP 설계기술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AI 연산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축된 중앙서버에 의존했다. 따라서 모든 데이터를 중앙서버로 보냈다가 다시 중앙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를 받아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런 중앙서버 없이 단말기 자체적으로 AI 연산처리가 가능한 AP를 설계하면, 이 AP를 지닌 IoT 기기는 중앙서버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그만큼 데이터 연산이 빨라져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IoT 기기에서 ARM이 설계한 AP를 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손 사장의 구상이 실현되면, 사람과 기기 간의 디지털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람이 책상 앞 의자에 앉으면, 의자와 책상이 앉은 사람을 인식하고 ‘이 사람은 이 시간에 85도 각도로 뒤로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니 그렇게 세팅을 해주자’ 하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더 크게 성공하려면, 이런 식으로 스토리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 기업 중 부가가치를 잘 창출한 기업은 어딘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인데, 최근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출을 잘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연산할 수 있도록 GPU 성능을 높여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GPU는 원래 게임 산업이 주된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그런데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응용을 자동차 쪽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가치를 창출했다.”


비메모리반도체(데이터를 기억·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 자동차 반도체도 여기에 속함) 강화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메모리반도체의 성공에 힘입어 반도체라고 하면 무조건 전자부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비메모리반도체를 단순히 부품으로만 인식해서는 절대 안 된다.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체 산업 생태계를 볼 줄 아는 거시적 시각을 갖춰야 한다. 거대한 공룡의 머리나 몸통은 보지 못한 채 밑에서 꼬리만 보고서 꼬리가 되자고 해서는 안 된다.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해야 반도체 제품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과거의 성공 방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진입할 때는 자동차 분야의 지식을 축적한 기업들과 제휴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겸손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연합군(얼라이언스)을 만들고 스타트업도 지원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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