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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서승우 교수, [매경포럼] 박항서와 서승우(매일경제,2018.12.11)

2018-12-11l 조회수 2100


박항서 감독. 지금 베트남 전역은 이 사람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수백만 명이 "생큐, 박항세오"를 연호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축구 열기가 뜨겁다. 그가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최대 축구 축제 2018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U23(23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아시안게임 첫 4강 진출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 `박항서 매직`에 전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

축구로 하나가 됐던 2002년 한국의 모습과 유사하다. 지금은 베트남 영웅으로 떴지만 2017년 9월 베트남에 부임할 때 박 감독은 한국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2002년 월드컵 수석코치를 지낸 그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지만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치면서 73일 만에 경질됐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축구협회와의 갈등이 있었던 데다 학연, 지연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축구계에서 비주류인 탓에 밀려났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그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후배가 감독으로 있는 팀 수석코치를 거쳐 프로팀 감독이 됐지만 여러 차례 경질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의 무대는 대표팀에서 프로팀으로, 실업팀으로 점점 좁아졌다. 참지 못하고 할 말 다 하는 성격, 타협을 거부하는 기질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자신의 역량과 비전으로 약체팀을 강팀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의 인기 덕에 한국 기업과 상품의 인기도 급상승 중이다. 외교관 수십 명이 할 일을 혼자 한 셈이다.

우리가 외면했던 사람이 한 국가의 영웅이 된 놀라운 상황. 기쁘기도 하지만 짠하기도 하다. 뒤늦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과 우리는 왜 이런 인재를 평가절하해 한국을 뜨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한국에서 그는 왜 명장으로 기적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건만 이 경우는 정반대다. 한국에서 평가받지 못했던 그의 경험과 잠재력은 베트남에 이식되면서 꽃을 피운 것이다. 실력과 경험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인사의 최우선 순위가 되는 한국의 불합리한 관행 때문에 `박항서 매직`을 놓쳐버린 것이다.

우리가 몰라본 사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인재가 또 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다. 국산 자율자동차 `스누버`를 개발한 서 교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택배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국산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은 2009년 자율차 연구를 시작했고 상용화를 목표로 2015년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를 설립했다. 서울 여의도 일대 등 도심 6만㎞ 이상을 무사고로 주행하는 쾌거도 올렸다.

해외 경쟁 업체들은 속속 상용화에 들어갔지만 황무지 같은 국내 자율차 시장에서 이 기업은 투자, 인재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서 교수는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는 "카풀이나 우버 같은 신규 서비스가 규제와 기득권에 부딪혀 좌절되는 것을 본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개탄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잘나가던 교수가 한국을 등졌다는 것은 한국이 기업하기에 얼마나 척박한 풍토인지 보여준다. 미국에서 구글 자율주행 택시가 달리는 시대에 우리는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커녕 카풀 사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탓에 잘만 키우면 미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사업을 놓친 것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제도개선은 더디고 4차 산업혁명 기술 기업들은 규제에 짓눌려 꿈틀거리지 못한다. 몇 년 후 우리는 박항서 감독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미국에서의 스누버 성공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첨단기술을 개발한 헬스케어 기업들도 원격의료 금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 규제장벽 때문에 탈한국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떠날 능력이 있으면 떠나는 게 정답" "이게 IT 강국의 현실인가"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인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서, 그들이 뛰어놀 판을 깔아주지 못해서 한국의 숨은 실력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을 혁신적으로 바꿀 잠재적 영웅들이 짐을 싸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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